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작성일 : 10-10-08 02:33
박노해 "세계곳곳 돌며 카메라로 시를 썼죠”
 글쓴이 : 헤럴드경제 (211.♡.149.164)
조회 : 1,394  



박노해 "세계곳곳 돌며 카메라로 시를 썼죠”

2010-10-07 10:07

     

“제가 찍은 게 아니고, 그들이 카메라를 통해 제 가슴에 진실을 쏜 것 같습니다.”

박노해(53) 시인은 80년대 ‘노동의 새벽’으로 일약 그 시대 약자였던 노동자, 민초들의 아이콘이 됐다. 무기 징역을 선고받고 7년5개월을 복역한 뒤 98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그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해외로 나갔다. 10년 동안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남미 등의 분쟁ㆍ극빈 지역을 돌아다녔다. 총알과 포탄, 가난과 굶주림이 도사리는 마을과 마을을 지나며 그는 “이들의 진실을 담는 데 시로는 미약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에 문외한이었지만 ‘똑딱이 카메라’를 들었다.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도, 강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카메라였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10년 간 13만여 장. 그 가운데 120점 가량을 추려 7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에 두 번째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을 펼쳐놓았다.

그의 사진전에는 에티오피아의 아침을 여는 스무 살 젊은 엄마의 커피 의례, 유프라테스 강가의 농부, 안데스 고원의 아이들 등 지난한 인간 삶의 다양한 장면이 실려 있다. 개막을 앞두고 만난 그는 “저는 실패한 혁명가로서 슬프게도 길을 잃었고 절망해야 했다”며 “세계화의 모순이 가장 날카롭게 내려꽂힌 그곳들이 곧 세계사의 중심이었다. 우리가 아플 때 그곳이 몸의 중심이듯”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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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시인 사진전시회. 정희조 기자/checho@heraldm.com

그의 카메라는 ‘똑딱이’에서 35밀리 필름카메라로 바뀌었다. 사진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는 그는 시를 쓰듯 카메라를 들었다. 마음으로 느끼지 않는 것을 향해서는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 낯선 곳을 갈 때마다 “수염 난 테러리스트”나 수니파, 헤즈볼라 등으로 수없이 오해되며 고초도 여러 차례 겪었다고 했다. 그러나 “매일의 일상이 총탄과 폭격에 노출된 사람들을 두고 제 목숨에 위협이 있었다고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강대국들이 총칼로 그어놓은 국경선을 걸어가는 난민들처럼 나도 유랑의 시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이번 사진전을 여는 첫 사진은 ‘노을녘에 종려나무를 심는 사람’이다. 아프리카 누비아 사막이 배경이다. 그의 사진엔 유달리 역광이 많다. 기획자는 “인간에 대한 경외가 자연스레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박 시인은 오래된 만년필도 놓지 않았다. 10년 간 쓴 5000편의 시를 추려 새 시집도 내놓겠다고 했다.

임희윤 기자/imi@heraldm.com

사진=정희조기자/chech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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