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대 속에서 정말 대안적인 혁명을 해보겠다고 몸부림쳐도
저는 단 한사람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전 누구도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전 무력함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뼈저리게 압니다.
다만 그 거대한 악의 시스템에서 나 자신이라도 온전히 지켜야겠다는 마음입니다.
흔들릴 때는, '난 안 팔아!’ 라고 말하면 됩니다.
거대한 악의 시스템이 짓눌러도 끝끝내 무릎 꿇지 않는 단 한 사람만 살아있다면
저들은 총체적으로 실패한 것입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진정한 나 자신을 잃지 말고,
내 영혼의 불을 꺼뜨리지 않고 꾸준히 밀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답답한 학교생활을 11년째 하고 있는 고등학생인데요.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도 따뜻한 마음,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할까요?
그리고 선생님이 저희 나이 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사진 보러 온 게 아니라 인생상담하러 왔네? (웃음)
사진 속 비슷한 또래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것이 많죠?
해발 5천미터에서도 알파카를 치는 사령관이 되어서
힘차게 뛰어다니며 어른 한몫을 해내잖아요.
숨이 차서 난 열 걸음도 못 따라가겠던데...
여러분은 부모세대를 마음껏 원망해 주십시오.
여러분에게 돈으로 살 수 있는 능력만 키워줬을 뿐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체계적으로 박탈해버린
역사상 죄가 제일 많은 세대가 우리입니다.
그리고 돌아갈 곳을 남겨두지 않았죠.
탐욕의 포퓰리즘에 휩쓸려서
고향이고 농토고 전통이고 문화고 다 밀어버렸어요.
뒤에는 시멘트 사막 밖에 남은 게 없어요.
마음이 말라붙을 때는 굽이굽이 수천년
흐르고 있는 강물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오리배, 기름배를 띄우고 관광단지를 만든다고 하잖아요.
저는 열 다섯살 때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서 공장에서 일했어요.
그 때 그나마 젊음의 유일한 탈출구는 휴일에 다방에 가는 거였죠.
옛날식 다방에는 어항이 하나 있었어요.
물이 탁해서 그런지 붕어가 힘없이 죽어가더라고요.
너무 괴로워서 창자를 뱉어내듯이 더러운 물을 토해내면서요.
그런데 그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겠다 싶더라고요.
내가 개인으로 아무리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려고 해도
이 사회의 잘못된 시스템과 생활문화가 공기처럼 하루하루 나를 잠식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이 거대한 어항을 깨뜨려 흐르게 하지 않으면
내가 아무리 고상하고 영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나 혼자서는 힘듭니다. 선한 마음을, 나 자신을 지키고 싶다면 좋은 벗들을 만나세요.
좋은 벗들과 함께하는 우정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눈 맑은 친구들이 곁에 있었기에 자신을 지키며 그 험한 세월을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박노해 시인은 마지막으로 안데스 만년설산에 있는
께로족 마을에 가던 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