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작성일 : 10-01-14 16:23
[후기] 박노해 시인이 전하는 빛으로 쓴 시 흑백의 시
 글쓴이 : 뽈레뽈레 (202.♡.218.194)
조회 : 1,993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 : <라 광야>

2010년 1월 7일 ~ 28일  오전 11시 ~ 오후 9시. 휴관일은 없음.

갤러리 M 충무로 서울 중부경찰서 맞은편. 갤러리 M의 초대전으로 관람료는 무료.
작가가 오후 3시~ 9시까지 상주(작가와의 대화 - 신청도 받고 있음!)


<지상에서 가장 슬픈 비밀공연>

 

1. 박노해 시인이 중동 현장을 둘러본 10년간의 기록을 담아낸 사진전.
벌써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개인적으로 미술그림보다 사진을 더 좋아하는 나는 굳이 그 깊이를 따지자면
컬러사진보다 흑백사진이 감수성을 자극한다고 말하고 싶다.

박노해 시인이 아주 오래전부터 중동 지역을 탐방했다는 소식은 <나눔문화>의 게시글을
읽어봐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사진전을 여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눔문화> 가입 후 빠짐없이 내 메일함에 감수성을 채워주고 있는 그의 시들을 곱씹어
보면, 어쩐지 이 사진들의 피사체들이 만들어내는 감성을 고스란히 글로 갈무리하여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다는 느낌이든다.

 

<지상의 둥근빵>

 

2. 여기에 전시된 사진들은 전부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더 자세한
설명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인류 문명의 시원지 즉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시원지 알 자지라와 중동의 눈물
쿠르디스칸에서,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의 첨예한 분쟁 현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인 참상을 사실적으로 고발하는 한편,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연민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번 사진전은 글로써 감정을 표현해내는
시인이라는 모습 이외에 사진 한장에 모든 텍스트를 담아내는 기호학자적 입장에서의 사진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티그리스 강의 아이들>

 

3. 이기명 갤러리 M의 원장은 "그의 사진이 억압 받고 고통받는 지구마을 민초의
강인한 삶에 바치는 '빛으로 쓴 경애의 시'이다."
고 찬사했다.
사진을 살펴보면 피사체에게는 연민을, 광활하게 뻗어있는 배경에는 일말의 낯섬과
애닳픔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선 공개한 10점의 사진만으로도 그의 사진 세계의 전면을 둘러본 듯한 환상. 
부분을 보고 전체를 판단할 수 없지만. 가슴 한 구석이 싸해지는 알싸함은
모른척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된다. 

  

 

<폭격더미에서 살아나온 사나 살흠(13세)>

 

4. 그는 어린아이까지 집단학살 당한 레바논 까나 마을 폭격현장을, 감춰둔 전통복장을
꺼내 입고 금지된 모국어로 노래하는 쿠르드 아이들의 비밀공연을, 분노와 슬픔의
시선으로 필름에 담았다고 이기명 원장은 전한다.
또한 박노해 시인의 사진이 중동문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대상인
'오늘의 억압받는 인간'을 융합시킨다고 전했다.

그래서 피상적인 외연의 의미를 넘어 내포적 의미를 창조한다고 한다. 그 주제는
시적 울림을 통해 오늘 위기에 처한 현대 문명과 우리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끈다고 한다.
억압받는 인간. 내포적 의미의 창조. 오늘날 위기에 처한 현대문명, 우리 삶의 깊은 성찰.

결국, 이 말인 즉슨 - 사진을 눈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가슴으로도
느끼라는 이야기구나. 생각하고 그 생각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거구나.

  

<걷는 독서>

 

5. 작가는 "카메라를 들기 전에 저는 먼저 광야의 낙터처럼 무릎을 꿇습니다."라고 말한다.

세상을 향해 걸어나아가는 사진가에게 사진은 작가에게 있어서 종이나 필기 도구와 같은
기록의 도구. 기록을 하기 전에 - 시인은, 아니 사진가는 피사체가 되어주는 광활한 광야의
앞에서 자신을 낮춘다. 광대한 당신을 기록하게 해줄 수 있는 영광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어서.

작가의 글에 시인은 "많은 광야를 걸어왔고 막막한 사막을 건너왔다"고 기술했다.
그간, 그의 족적을 간단명료하게 일컬어주는 듯 해 무미건조했지만 너무나
진실된 맛이었다. 

 

<광야의 고향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여인>

 

6. 시인은 계속해서 말한다.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검은 연기와 시체 썩는 냄새가 흐르는 폐허더미에서 아이들과 여인들의 미칠 것만 같은
흐느낌 소리가 들려올 때, 나는 그저 곁에서 함께 울어주고 어깨를 안아주고 총성이
그치면 아이들과 바람 빠진 공을 차며 놀아주는 일 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력한 시인의 무력한 사랑이었다.

나밖에 읽어줄 사람이 없는 작은 수첩에 감추어진 그들의 진실을 수없이 기록해지만
국경을 넘는 순간 연어의 국경을 넘지 못하는 나의 시는 아무 소용 없었다."

현장에 없는 우리는, 사진으로 그 상황을 읽어내야하는 우리는, 이 시인이 말하는
의미의 깊이를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왜 그렇게 사무치듯 고백을 털어놓는지 짐작만 할 뿐.
 그 참혹한 광경들을 말이다.

   

 

<수장 될 위기에 처한 8처년 된 하산케이프>

 

7.  시인은 "나는 자신의 발바닥에 영혼이 깃들어 있는 낙타처럼 국경너머 전쟁터와 기아
분쟁현장을 걸어 다녔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나지막한 고백은 왜 카메라를 들어야 했는지 여실히 한 글자 한 글자에 담아낸다. 

"오래된 만년필을 쥐고 있던 내 손에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가 함께 들려졌다.
절실한 필요는 창조를 낳는 걸까.
죽어가는 아이를 안고 20리 밤길을 담숨에 달려가는 어머니처럼 나는 현장의 진실을
카메라에 담아가고 있었다.

시인은 어둠 속에 모국어로 시를 쓰지만 절실하면 국경을 넘어 빛으로 시를 쓴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

무릎 꿇은 낙타처럼 홀로 되 뇌이며, 그렇게 지난 10년 동안 침묵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시를 써왔다."

사진은 사진가의 생각을 하나의 이야기로 전달하는 생각덩어리 그 자체.
시인이 그동안 가슴 속에 억눌러 왔던 것이 빛의 글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시리아 사막 길에서 저녁 기도를 바치는 이라크인들>

 

8.   시인이 집중한. 그리고 고심한 그의 피사체들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참혹한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나는 충격적인 장면과 극적인 이미지를 향해 
 다가서지 않는다. 아니, 그럴 수 없고 나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먼저 그 사건이 발생한 삶의 뿌리로 스며들어 간다. 수천년 이어온 삶의 터무늬
위애서 지속되는 삶. 경작하고 노래하고 아이를 낳고 차를 마시고 기도하고
꿈꾸고 저항하는 민초들 속으로 혈육처럼 나직이 스며들어간다."

그리고, 피사체에 대한 그의 감정. 터져나오는 감정을 한 글자 한 글자로
잘 동여메어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우리도 그 감정을 터뜨리지 않고 잘 받아낸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폐허더미에서도 협동하며
일어서는 강인한 생활력, 최선을 다해 절제하고 서로 나누고 보살피는 인간의 위엄,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신 앞에 무릎 꿇는 힘으로 다시 일어서는 광야의 사람들에게 나는
다만 경외의 마음을 가질 뿐이다."

그리고 이 한 줄. "우리가 언제부턴가 잃어가는 빛나는 그 힘, 마지막 남은 종자
같은 재생의 힘 앞에, 카메라를 들기 전에 나는 먼저 광야의 낙타처럼 무릎을 꿇는다." 슬프다. 너무.

 

<유프라테스 강가의 농부>

 

9. 시인은 아직, 그곳을 그리워하나 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동의 골목길에서는 폭음이 울리고 아이들과 여자들의 울음 소리가
흐르고 있다.
흐르는 눈물을 카메라 뷰파인더에 가리며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젖은 눈빛으로 다가와
건네던 그 분들의 말을 그대에게 전한다."

"총알은 언젠가 바닥이 나겠지만 샤이를 마시는 건 영원하지요.
먼데서 온 친구여, 우리 함께 갓 구운 빵과 샤이를 듭시다."

 

<전사한 형의 사진 앞에서>

 

10. 올해 10주년을 맞는 나눔문화(nanaum.com) - 생명, 평화, 나눔이라는 가치를 내건
사회 운동 단체. 시인은 이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일반일을 대상으로 평화나눔아카데미를 운영(매주 목요일마다 사회에 관련된
강의를 수강)하고 있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생 나눔봉상 활동(대나눔,
고전 100권 읽기나 그 밖의 봉사활동 및 사회 운동)을 진행하며 나누는 학교를 설립.
중동지역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한 후원 모금을 마련하기도 하고, 나누는 학교의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기도 하는 등 전방위적인 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7일. 목요일에 시작되는 <라 광야>전. "라"는 아랍어로 '태양'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이번 시인의 사진전에서 광야를 비추는 광활한 태양과 같은 - 경외감에 휩싸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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