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작성일 : 10-01-07 19:44
박노해 사진전,'지상에서 가장 슬픈 비밀공연'
 글쓴이 : 노컷뉴스 (211.♡.149.133)
조회 : 2,113  




박노해 시인의 사진 한장 한장에는 쿠르드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비극적 참상이 담겨 있다.
그의 사진 작품<지상에서 가장 슬픈 비밀공연>은 쿠르드 청소년들이 단 한명의 관객인
박시인을 위해 전통민속공연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비밀경찰의 눈을 피해 커튼으로
창문을 가렸다. 이들은 자기나라의 말과 전통복장, 노래와 춤을 빼앗겼다.
터키군부는 쿠르드인들의 모든 전통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이들 쿠르드 청소년들의 꿈은
세계전통페스티벌에 참가해 모국어로 마음껏 노래를 부르며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귀향을 꿈꾸는 쿠르드 난민가정>은 해발 3,000미터의 마을에서 풍족하게 살던 중
터키군인들의 만행으로 인해 비극적인 삶을 맞은, 이스탄불 외곽의 쿠르드 난민가정을
담고 있다. 1992년 터키 군인들은 '바시르 이르한'의 집에 불을 지르고 8개월된 아이를
불에 던져 죽였으며,이 때 방화로 2개월된 아이 역시 한쪽 팔에 화상을 입었고,
남편은 고문으로 장님이 되었다. 이 아홉식구는 전기도 없는 차가운 단칸방에서 귀향과
해방을 꿈꾸며 산다. 사진속 주인공의 일화를 소개하던 박시인의 눈에서는 어느 순간
굵은 눈물방울이 흘려내렸다.이렇게 처참한 고통속에서 살아가는 쿠르인들이 35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의 체크포인트>는 팔레스타인 곳곳에 설치된 이스라엘군의 검문소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할 때면 긴 줄로 세워진채 발가벗겨지기도
하고 죄수처럼 치욕적인 검문을 받는다. 체크포인트 앞에서 인생의 3분의 1을 보낸다.
"내 나라 내 땅에서, 나는 날마다 걸어다니는 수인입니다." 이곳에서 허락없이 가방을
열면 바로 총살이다. 박 시인이 이 장면을 찍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무슬림 여인이
옷자락으로 박시인을 가려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행위는 총에 맞에 죽겠다는 결단이었다.

<빵을 구하러 가는 남매>(2006), <폭격더미에서 살아남은 사나샬흡(13세)>(2006),
<죽은 아빠의 사진앞에서>(2006) 등의사진은 분쟁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비애가
처연하게 전해진다.



박시인의 사진에는 풍경과 인물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프라테스 강가의 농부>는 새벽 여명이 밝아올 때 농부가 강물을 받아 씨앗을 뿌리는
장면이다. 이 농부는 박시인에게 "왜 우리를 미국과 서구가 못살게 하는지 모르겠다.
돈으로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들이 이 땅을 지킬
것이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박 시인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5천년 역사의
농경작업을 목격하고서, 사진에 뛰어든 것에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수장될 위기에 처한 8천년 된 하산케이프>는 티그리스강 상류에 위치한 다리이다. 인류의 문화유산이고 영감의 원천인하산케이프는 터키정부의 댐 건설로 서서히 수장되어 가고 있다.



<광야의 아잔소리>는 양을 안고 있는 소년의 모습에서 이곳의 긴장과 불안,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소년은 총성과 포성이 울리자 돌을 던지다가 주변의 만류로
언덕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새끼 밴 양이 언덕에서 배회하자다시 올라가 이 양을 끌어안고 내려왔다.
이 때 아잔(코란 낭송소리)가 울리자 양을 끌어안은 채 슬픈 눈으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 소년의 생각은 단호하다. "이스라엘 탱크가 공격해온다면, 저는 제 동생을 지키기
위해 돌멩이를 들 수 밖에 없어요."



박노해 시인이 중동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사진작업을 해온지도 10년이 되었다. 그
가 찍은 중동현장 4만여컷의 흑백필름 사진 중 37점이 첫 사진전 <라 광야> 전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그의 말마따나 사막의 낙타처럼 끈기 있게 매달린 '빛으로 쓴 시'의
결실인 셈이다.박시인은 "소리없이 고통받는 중동사람들의 진실, 죄없이 죽어가는
아이들의 아픔이 사진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전해지리라 생각한다"며 "오 피스 코리아"를
외쳤다. 그렇다. 박시인은 사진작업을 통해 중동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우리 앞에
들려주고 있다. 미국적 · 서구적 시각에 가려 보지 못한 것들, 놓치고 있는 진실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진전을 기획한 갤러리M 이기명 관장은 "박노해 시인은 사진은 사실성과 진실성,
현장성을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며 "찍을 때 완벽한 구성과 아날로그 흑백사진의 깊은
색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고 평했다.

전시기간 : 1월 7일-1월 28일
전시장소 : 갤러리 M (서울 중구 저동 2가 금풍빌딩 1층)
문의 :02-734-1977



바그다드의 봄
-박노해

공습사이렌이 울리는 바그다드의 밤중에도
연인들은 몰래 만나 마지막인 듯 서로를 애무하고
무서워 우는 아이에게 엄마는 자장가를 불러준다
포탄이 떨어지면 아이들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버섯구름이 채 흩어지기도 전에 다시 축구를 하고
아잔 소리가 울리면 다들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동생은 어제 산 운동화를 바꾸러 나가고
둘째 형은 낡은 자동차를 고친다고 기름투성이고
누이는 저녁을 준비하며 불을 피우고 차를 끓인다
지난밤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아래 깔려 죽은
아홉살 아지자의 피가 말라 붙은 벽돌 틈에서
노란 민들레는 무심히도 꽃망울을 피워내고
포연 속에서도 새들은 알을 까고
올리브 나무가지에 꽃은 피어나고
밀밭은 푸르고 대추야자 열매는 봉긋이 오르고
골목에 널린 흰 빨래는 눈부시게 펄럭인다


노컷뉴스 2010.01.07
문영태 기자 grea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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