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작성일 : 10-10-15 21:39
[한겨레칼럼] 박노해와 드라이퍼스의 도전
 글쓴이 : 안병진 (211.♡.149.164)
조회 : 1,523  

[세상읽기] ‘꼴보수’ 박노해와 드라이퍼스의 도전 / 안병진
한겨레
»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세상에, 누구보다도 가장 치열하게 자본주의 문명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 박노해 시인이 왜 ‘꼴보수’인가? 그런데 그는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급진주의자이면서 고향, 전통, 아날로그 등을 늘 생각하는 ‘꼴보수’라고 커밍아웃을 했다.
 

사실 그는 ‘진보적’ 문명의 이기인 디지털카메라와 컴퓨터 대신에 ‘보수적’ 아날로그 사진기와 펜으로 시를 쓴다.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빛으로 쓴 사진전’은 1980년대에 <노동의 새벽>이라는 시집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박노해가 21세기에 들어서서 다시 우리의 고정관념에 던진 도전장이다. 만약 박노해가 비유적 어법으로 자신을 ‘꼴보수’라 표현한다면 세계적 철학자인 휴버트 드라이퍼스도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의 한계를 통찰력 있게 지적하여 세상을 뒤흔들었던 그는 최근에는 인터넷 문명의 한계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새달 4~5일 경희대에서 열리는 몸과 문명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진행될 그의 강연도 박노해와 같이 우리의 고정관념에 던질 도전장이다.


이번 가을 박노해와 드라이퍼스의 화두는 다음의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다. 과연 첨단기기들이 더 인간적인 시간을, 더 심오한 시대정신을 창조했는가? 혹시 우리는 인간존재와 아날로그적 사고에 대한 인문적 통찰을 자꾸만 지워가는 것은 아닌가? 과거 <퀴즈쇼>라는 영화에서는 골든벨 같은 단답형 질문에서의 암기왕 등극을 자랑하는 아들에게 아빠가 묻는다. “그 텔레비전 쇼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도 묻니?” 마찬가지로 오늘날 트위트질(트위터 하기)은 상호간에 인간적 교감을 수행하고 있는가?


세상에, 사이버대학의 교수이자 아이패드를 손에 넣었다고 어린애처럼 즐거워하는 ‘얼리 어답터’인 내가 사실은 첨단문명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꼴보수’라니. 하지만 나는 사이버대학이 그저 첨단기기를 이용한 메마른 공부가 아니라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대학다운 미래 대학을 선도할 것을 꿈꾼다.


박노해와 드라이퍼스의 질문은 지금 전환기 한국의 미래에 너무도 중요하다. 한국의 주류 보수주의는 그저 3D 텔레비전을 만들고 국외의 슈퍼인재만 수입하면 스티브 잡스를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정작 한국의 교육과 공동체와 장인의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체되어 가는데, 보수는 근본을 질문하고 장인의 전통을 지키자고 절규하지 않는다. 한국이 우습게 보는 선진국들은 바로 박노해나 드라이퍼스 같은 이들의 근본을 파고드는 질문이 사라지지 않고 오랜 기간 숙성되기에 미래를 선도할 공력도 가진다.


한국의 주류 진보주의는 그저 진보의 확대만을 고민한다. 지금 과제는 단지 진보의 확대가 아니라 기존 문명에 대한 근본적 도전인데 그저 기성 문명이 짜놓은 틀에서 분배와 교육을 고민한다. 진보 동네에서 오바마 화법 따라하기는 유행이지만 정작 그가 깊이를 가진 ‘진정한 보수’임은 잘 모른다. 하지만 오바마는 전통, 아날로그, 영성 등을 항상 치열하게 사색해왔다.


2012년 총선, 대선을 향한 보수와 진보의 대결은 이미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두 진영은 2012년의 과제가 그저 진보 담론의 수용이나 확대가 아니라는 점을 잊고 있다. 좀더 큰 시야로 보면 한국 사회는 더 나은 문명을 위한 급진적 혁신과 진정한 보수의 모순적인 과제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 캄 페르(캠퍼)사 경영자의 말을 빌리자면 ‘소박하면서도 풍요롭게 삶을 즐기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다. 소박하게란 첨단기술주의에 맹목적으로 몰입되지 않고 전통, 농민, 생태와 아날로그를 존중하는 삶을 상징한다. 풍요롭게란 현대문명의 이기를 적절히 활용한 정신적·물질적 진보를 상징한다.


2012년 유권자들은 누가 더 이러한 비전과 실천에서 매력적인가의 판단기준을 가지고 중요한 선택을 할 것이다. 지금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이에 대한 문명의 대안 모색과 삶의 실천을 통해 준비해야 한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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