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박노해 사진전 - 나 거기에 그들처럼

 
작성일 : 10-01-01 00:28
1월호에 실린 박노해 <라Ra 광야>
 글쓴이 : 월간 포토… (211.♡.149.133)
조회 : 1,532  

시인 박노해 사진전 <라Ra 광야>전이
2010년 1월 7일부터 28일까지 갤러리 M에서 열린다.
지난 10년 동안 평화활동에 몸담으며 인류 문명의 시원지
알 자지라와 쿠르디스탄, 그리고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의
위험하고 첨예한 분쟁현장을 기록해 온 박노해의 작업을 만나보자.

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검은 연기와 시체 썩는 냄새가 흐르는 폐허더미에서
아이들과 여인들의 미칠 것만 같은 흐느낌 소리가 들려올 때,
나는 그저 곁에서 함께 울어주고 어깨를 안아주고
총성이 그치면 아이들과 바람 빠진 공을 차며 놀아주는 일 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력한 시인의 무력한 사랑이었다.
나밖에 읽어줄 사람이 없는 작은 수첩에
감추어진 그들의 진실을 수없이 기록했지만
국경을 넘는 순간 언어의 국경을 넘지 못하는 나의 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래된 만년필을 쥐고 있던 내 손에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가 함께 들려졌다.

절실한 필요는 창조를 낳는 걸까.

죽어가는 아이를 안고 20리 밤길을 단숨에 달려가는 어머니처럼

나는 현장의 진실을 카메라에 담아가고 있었다.

 

시인은 어둠 속에 모국어로 시를 쓰지만

절실하면 국경을 넘어 빛으로 시를 쓴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

무릎 꿇은 낙타처럼 홀로 되 뇌이며.


지구시대에 <중동-이슬람>은 한국인에게 가장 멀고
가장 낯설고 잘못 알려져 있는 곳이다.
우리는 미국과 서구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무장테러리스트”, “부르카와 챠도르 씌운 여성 억압”,
“호전적인 이슬람 근본주의” 이미지에 길들여져 있는 듯 하다.

지금 <중동-이슬람>이 “분쟁과 테러”에 휘말려 있는 까닭은
중동인들에게 “저주받은 축복”이라 불리우는 검은 석유 때문이다.
서구 문명의 가장 큰 에너지원인 석유자원을 노린 미국의 침공과
그에 결탁한 친미독재권력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사의 눈으로 돌아 보면, <중동-이슬람>지역은
인류 최초의 고대 수메르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이고
오늘 우리 문명의 진보는 그로부터 힘입은 바 크다.
또한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미국의 패권과 독주를 견제하며
인류 약자와 정의를 지켜온 중요한 축이자 희생자가 
<중동-이슬람>권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동-이슬람>과 <분단된 코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긴장된 두 분쟁 지역이다.
세계에서 무장력이 가장 집중된 두 지역,
세계 분쟁뉴스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두 지역,
인류의 가장 아픈 상처의 두 지점으로
우리는 ‘고통의 동심원’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중동-이슬람> 13억 인류를 ‘있는 그대로’ 바로 보고
그들의 진실을 존중하고 귀 기울이고 서로 나누지 않는다면,
“글로벌 코리아”는 이미 정점에 달해 균열이 시작된 미제국과 함께
내리막 길로 치닫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코리아는 이미 세계다.

한국 사회의 문제는 세계화 문제와 직결되어 있고

세계의 문제는 고스란히 우리 삶의 문제로 핏줄처럼 이어져 있다.


(...)
 

한정된 지구자원과 세계화한 경제구조 속에서

누군가의 풍요는 다른 누군가의 궁핍을 전제로 한다.

시대는 우리에게 자기 존재의 발 밑을 돌아보라고 요구하고 있다.

더 많은 경제성장과 더 많은 소비가 아닌,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나누는 삶의 기쁨을 찾으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인간성의 척도는 국경 안에 있지 않다.

지구시대의 성숙한 인간성은 오직 국경 너머에서만 가능하다.

한국인은 경제성장민주화를 동시 성취한 자부심을

새로운 책임의식으로 전환하여 인류 앞에 서야 한다는 부름을 받고 있다.

 

글로벌 평화나눔은 단지 전쟁을 반대하는 사건적 대응이 아니다.

자본권력의 세계화에 맞서는 토박이 주민들과의 우애 어린 연대이고
지구시대의 인간성과 자연 생명과 노동해방을 위한 영혼의 몸부림이다.


나는 인간의 깊은 곳에 흐르는 슬픔의 공유 능력,
저마다의 가슴에 간직한 그 선함을 믿는다.

슬픔은 흘러야 한다. 나의 슬픔이 너에게로
국경 너머의 슬픔이 나에게로 강물처럼 흘러야 한다.
그리하여 함께 하는 그 '슬픔의 힘'으로 우리 자신을 소생시키고
다시 희망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글, 사진_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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